역시 빵보다는 밥이 점점 편해진다. 반찬도 구태여 여러가지 먹고 싶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간단한 차림으로 아쉽지 않은 수준의 만족을 얻을 수 있다면 뭐하나 부족한 것이 없는 식사였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나의 이런 욕구에 적절히 조응하는 메뉴를 개발했다. 그것은 인도 커리집에서 먹는 팔락 파니르와 지라 라이스. 어찌됐든 밥이 나오고, 반찬도 적당히 촉촉하니 곁들여 먹기 적절하다. 몰입해서 먹다보면 짭짜름하고 묵직한 국밥과는 또 다른 결이다. 특히 지라 라이스는 식도락에 일가견이 있는 어르신과 인도커리 식당에 방문했다가 소개받았다.
팔락 파니르는 시금치 커리에 파니르 치즈가 마파두부만한 크기로 깍둑깍둑 썰어져 있는 간간한 커리. 붐비는 식당에는 런치메뉴 중 하나로 고정되어 있을 정도로 제법 보편적인 커리 종류 중 하나다. 또 초록색 스프에 하얀 덩어리가 있으니 모양도 이국적이다.
지라 라이스는 각종 향신료와 기 버터에 요리한 바스마티 쌀이다. 은은하게 기름지고 고소, 향긋한 것이 밥이 술술 들어간다. 레시피를 찾아보니 볶음밥이라기보다는 향신료와 기름을 먼저 볶고, 바스마티쌀과 물을 넣어 찌듯이 익히는 음식이다. 그래서 촉촉하고 기름진가. (참고로 지라는 큐민을 뜻하는 힌디어라고 한다)
팔락 파니르와 지라 라이스를 같이 먹으면, 꿀떡꿀떡 밥이 잘 넘어간다. 얼핏보면 씨앗이 슬쩍슬쩍 섞인 기름밥과 푸르죽죽한 국물에 빠진 치즈 덩어리지만 저녁 식사로 한 끼 먹으면, 저녁에 새로운 일정을 시작할 든든한 힘이 나기도 한다.
지라 라이스를 알게 된 후 이 집 저 집 가서 지라 라이스를 시켜보고 있다. 메뉴에 있을 때도 있고, 메뉴에는 없지만 요리해주실 때도 있다. 따로 요리해주셔서 그런지 양도 천차만별인데, 한국쌀 밥한공기 만큼 나올 때도 있고, 산처럼 쌓여나올 때도 있다. 바스마티쌀은 한국밥만큼 먹으면 부족하기 때문에 역시나 가게별로 정보를 보유해야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다. 또 메뉴에 지라라이스가 없을 경우 최대 7천원까지 지불해본적이 있다. 맛이나 양과 상관없이 쪼금 당황스러울 때도 있기 때문에, 맛과 양과 가격(과 동선)이라는 삼(.5)박자를 맞추는 지라 라이스 집을 아직 찾아나가는 중이다.
그나저나 바스마티 쌀은 찐 쌀로만 수입된다고 하니 아쉽다. 한식의 갖은 양념처럼, 나도 큐민과 고수와 강황이 무슨 맛인지 알고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재밌을까 ! 그런 날이 올 때까지 지라 라이스를 가늠자로 하는 맛집 탐방은 계속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