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목 산문_재능이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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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교보문고)

추천사에 나와있듯 불행할 것이 확실한 작가의 얇은 산문을, 인터넷서점을 돌아다니다가 발견하고 구입했다. 무엇을 할 줄 안다는 것, 무언가를 느껴보았다는 것, 무언가를 원한다는 것의 무게와 고통에 대해 종종 생각하기 때문에 재능이란 무엇인지 반문하는 제목의 책이 궁금했다. 작가에게 재능이 늘 반갑거나 유능한 도구가 되지 않았음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짧은 호흡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자책 섞인 기록이 재밌었다. 같거나 다르고, 같아보이지만 달라지는 문장들을 리드미컬하게 반복하는 부분들도 재밌었다. 작가의 시집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한국 최고의 연애 시집”을 쓴 작가라고 웹사이트에 소개되어 있었다.

스터디카페에서 (회원권을 소진하되) 공부는 하지 않기로, 한 날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인생이 힘들 때는 좋아하는 가수의 신곡 뮤직비디오도 보지 않을 때가 있다. 보지 않는 다기 보단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무언가를 사랑하는 만큼 마음을 쏟기 어려울 때는 지레 뒷걸음질을 친다. 그게 고작 나혼자 유튜브를 켜서 현란한 소리와 화면에 집중하는 일이래도 그렇다. 다행히 요즈음에는 나의 시간이 유한하고, 나는 변한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고 있기에 지금의 내가,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그럴 수 없었던 것은 잊어버리자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나의 생각을 다른 식으로 표현한 듯한 구절이 있었다.

책에 몰두하면서도, 책에 몰두한 나에 대해 기뻐하다니. 지금 다시 읽어보니, 기뻐할 수 있다는게 좋으면서도, 누군가에겐 거추장스러운 마음일 수도 있겠다 싶다. 다행히도 지금은 뮤직비디오를 한두개쯤 볼 수 있는 날들이다.

작가는 재능이 무엇인지에 뾰족하게 답변하진 않는다. “재능은 내가 가진 것이다.”(책 126쪽) 슬쩍 대답하긴 하지만, 내가 가진 것 보다는 가지지 못한 것을 더 쉽게 보는 세상이다. 산문 속 작가처럼, 이렇게 괴로워하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일(=작가에겐 글쓰기)이 재능일까?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이해한 재능은, 작가가 불행하며 글쓰기를 지속하는 것처럼, 나를 돌아보며 내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살아갈지 선택하는 행위에서 탄생하는 듯하다.

겨우 1cm가 되려나 싶은 내 엄지손톱을 보고 어른들은 참 재주 많은 손이다 말해주셨다. 오래도록 나는 그것을 저주의 신탁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도대체 뭐가 되려고 이렇게 살래? 아직도 스스로에게 하소연하고 싶은 날들 뿐인데, 이미 뭐가 되었어야 하는, 어쩌면 이미 뭐로 살고 있는 중이라 머쓱할 뿐이다. 불행이든 다행이든 나도 나의 재능을 명명하고 긍정할 날이 오려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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