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한 친구의 강권으로 오랜만에 공연을 보고 왔다. 왜 그렇게까지 고사했는지,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은 무리할 필요도 있다는 걸 알려주는 공연이었다. 베자르 발레 로잔의 서울 공연. 김기민이 대표작 <볼레로>의 주역으로 선다고 했다.
현대 발레를 제법 좋아하는 편이지만서도 세상사에 지쳐 사전에 공부하고 갈 여력은 물론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예술이다. 현대 예술작품이 반드시 그런 감상법을 전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관객의 자유로운 해석에 맡겨두기에 관객으로 하여금 조금 더 용기있는 마음으로 작품에 빠져들어볼 수 있는 것 같다.
이번 작품은 나의 그런 관람 경향에 유난히도 부합하는 작품으로 무용수의 역할이 그저 선율/멜로디 혹은 박자/리듬으로 나눠지는 안무였다. 빨간 원탁에 올라간 주역 무용수가 멜로디, 원탁을 중심으로 점점 모여드는 무용수들이 리듬을 맡아 주었다.

내가 표현하고 살아내야 하는 것이 단지 들려오는 것이 음악이라면 얼마나 홀가분할까? 다른 잡념 없이 그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몸짓에 늘 복잡한 마음과 생각에 방황하는 나로서는 그저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저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다면 내가 얼마나 복잡한 구조 속에 있든 그것이 생각보다 별로 중요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무수한 연습과 누적된 시간이 만들어주는 몰입의 순간, 아무에게나 찾아오는 행운이 아닐진데 그 경험을 기꺼이 나누어주는 공연자에게 감사하다.
명상 방법 중 들숨과 날숨사이 잠시 쉬어가는 시간에 집중하는 연습이 있다. 숨을 들이쉬는 것도 내쉬는 것도 아닌 순간. 물론 우리에게는 들이쉬고 내쉬는 순간이 중요하지만 그 사이 시간을 인식함으로써 들이쉬고 내쉬는 순간을 살아내는 힘을 얻는 것 같기도 하다. 이 모든 걸 감사한 순간으로 기억하며 오늘을 또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