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4977.html)
언젠가 위 검사표를 접하고,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그 때 내 병식이 시작된 것 같다. 아 나는 그저 술을 끊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알코올사용장애로 분류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저 정도 질문에는 현대인이라면 아무렇지 않게 붉은 빛으로 물들일 수 있는거 아닌가? 술,,, 그거 그냥 커피 비슷하게, 세상 사람들 다 마시는 거 아닌가? 싶었다.
그 당시 나의 주요 득점 항목은 다음과 같았다.
① 술은 얼마나 자주 마십니까?
술”은” 이라고 물어보는 데서 벌써 좀 긁힌다,,, . 일주일에 2-3회면 좋은거고, 4회 이상도 괜찮은 거 아닌가? ……
② 평소 술을 마시는 날 몇 잔 정도 마십니까?
나의 수많은 업적과, 셀 수 없는 실수는 모두 그칠 줄 모르는 나의 어리석은 근성에서 나왔다. 1잔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볼 때마다 헷갈리지만, 대충 5-6잔도 좋고, 7-9잔도 좋고,,, 10잔 까지는 안마시지 않았을까?
③ 한 번 술을 마실 때, 소주 1병 또는 맥주 4병 이상 마시는 음주는 얼마나 자주 하십니까?
이 부분은 당당하다. 최근엔 주로 와인을 마셨기 때문이다.
④ 지난 1년간, 술을 한 번 마시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었던 때가 얼마나 자주 있었습니까?
②번에서 대답했다. 자리가 멈추어주었을 뿐, 스스로 멈추는 적은 … 그런 적이 있었던가?
⑤ 지난 1년간, 당신은 평소 할 수 있었던 일을 음주 때문에 실패한 적이 얼마나 자주 있었습니까?
이 부분은, 지금 와서 잘 기억이 안 나나,,,, 오전 반차,,, 정도는 쓸 수가 있는거 아닌가???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아 술을 한참 마실 때에는, 말도 안되게 마시고도 아침에 출근해서 뻗는 것을 미덥게 보는 팀에 있기도 했다. 물론 평소 할 수 있었던 업무는 딱히 하지 못했다. 출근이라면 성공했고, 업무라면 실패한 하루들이었다. 그래도 그런 날들이 있긴 있었다.
⑥ 지난 1년간, 술 마신 다음날 아침에 다시 해장술이 필요했던 적이 얼마나 자주 있었습니까?
다행히 해장 술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난 주로, 편의점 헛개수 2+1일 집에 들어가며 들이키고, 다음 날은 빈 속 비슷하게 지냈다….
⑦ 지난 1년 간, 음주 후에 죄책감이 들거나 후회를 한 적이 얼마나 자주 있었습니까?
먼저, 왜 이 항목은 술을 먹는 것 대비 후회한 횟수를 묻지 않고, 다른 것과 똑같이, “한 달에 한 번” 등으로 묻는지 모르겠다. 나는 언제나 술을 좀 끊고 싶었기 때문에,,, 딱히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자리가 길어진 날 다음은, 언제쯤 술을 그만마실 수 있을까? 정도로 생각해보기는 한 것 같다. 그리고 다음엔 절대 술 마시나봐라, 라고 헛소리를 하던 날이, 2-3달 마다 한 번씩 있기는 했던 것 같다….
⑧ 지난 1년간, 음주 때문에 전날 밤에 있었던 일이 기억 나지 않았던 적이 얼마나 자주 있었습니까?
다시 한 번 이것도 왜, 술을 마신 날에 대비하여 묻지 않고 절대값을 묻는 것일까? 술을 먹는 날 기준으로 계산하면 얼마나 줄어들지는 모르겠지만,,,,,, 반년에 한 번 정도였을까?
⑨ 음주로 인해 자신이나 다른 사람이 다친 적이 있었습니까?
기억이 나지 않는 밤이면, 내가 다치는 경우는 왕왕 있었고, 애꿎은 남의 물건도 가끔 다쳤다. (내 물건은 구태여 떠올리지 않는다…) 이건 왜 1년에 한 번이라도 4점인 것일까?!!!
⑩ 친척이나 친구 또는 의사가 당신이 술 마시는 것을 걱정하거나 술 끊기를 권유한 적이 있었습니까?
이것도 왜 1년에 한 번이라도 4점인 것일까?!!! 상관없는 변명을 해보자면, 나도 스스로에게 항상 술 끊기를 권유하고 있었다.
ㅋ,
자랑스러운 핑크색 파트 외에는, 나는 대개의 문항에 유효한 득점으로 표시할 수 있다. 나의 답변을 그러 모으면, 따질 필요도 없이 알코올사용장애의 범주에 들어가고 있었다.
이는 여성의 알코올사용장애 판단기준이 남성과 달라, 거의 모든 득점이 나의 알코올사용장애 성향을 차곡차곡 높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의 여성의 신체도 남성과 유사한 알코올대사를 가졌다면, 나의 과거와 미래와 현재가 달랐을까?!! ㅋ_ㅋ 다 의미없는 생각이다…
왜 여자는, 남자의 반만 체크해도 술을 끊어야 할 사람으로 분류되어야 하는 걸까.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에서는,, 특별히 성별에 따른 판단기준을 제시하지 않기도 하던데,,, 왜 찜찜하게 어떤 자료에서는 여성에게 다른 기준을 제시하는 걸까?
이 억울함을 풀기 위하여, 나는 공부를 지속해보기로 했다.
(이어서….)